내용이 알쏭달쏭하고 복잡하여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음을 비유하여 요지경(瑤池鏡)이라 하던가요?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너무 복잡하고 아리송하여 감을 잡을 수 없다는 뜻일 겁니다.

요즘 하는 일마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어떤 이치가 바로 서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더군요. 흰색인지, 검은색인지 아리송하지 않던가요? 세종시 문제, 4대강 사업, 천안함 사태와 북한의 리스크, 나로호 문제 등 여러 현안들이 대부분 그렇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경제가 공황상태였을 때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바람 길이 막혀 숨을 쉬지 못하고, 물길이 막혀 목을 축일 수 없다”는 비유가 결코 무리는 아니겠지요. 한 마디로 요지경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는 부동산 거래 두절에 관해 그동안 묵묵부답했거나 미분양 해소책에 약간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일관해 왔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부동산에 대한 대책을 완화하게 되면 행여 부동산 값이 오를까봐 염려되는 건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계속 못 본 체 할 수도 없는 일이니 어찌해야 좋을까요?

서민들이 원하는 건 값은 고사하고 시장에 맡겨 물이 흐르듯 거래만 있게 해달라는 취지인데 정부에서는 뾰쪽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지요. 대출규제 완화 등 큰 걸 내놓자니 값이 오를까 염려되고, 작은 걸 내 놓자니 약발이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요즘 불쌍한 서민들은 잠시 부동산에 대한 근심을 월드컵 축구에 실어 보낸 것 같군요. 매일 대~한민국을 외쳤건만 16강이 아리송하게 되고 보니 이것 또한 요지경이 돼 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23명의 태극전사들은 최선을 다해 꼭 16강 아닌 8강, 4강에 줄을 서주기를 원합니다.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을 녹이기 위한 대책도 곧 나오겠지요. 그러나 이번에도 지난 4.23대책과 같은 형식적인 정책이 나온다면 아무 실효성이 없어 역시 요지경이 되고 말겠지요. 제대로 된 정책, 모든 국민들이 수긍하고 따를 수 있는 정책, 늘 변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의 기본이 되는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옛날 가난했던 김선비가 윗동네 부잣집 잔치에 갔다가 이것저것 음식들을 맛보았는데, 특히 잔칫상 가운데 놓인 음식이 시원하고, 달고 맛이 있더랍니다. 맛에 반한 나머지 집에 돌아오면 해 먹어 볼 요령으로 옆 사람에게 그 음식의 이름을 물어봤다나요.

그러자 옆 사람은 짓궂은 사람이었는지 수정과를 “곶감국”이라고 가르쳐 주었다는군요. 김선비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어서 수정과를 먹고 싶은 마음에 곶감에 물을 붓고 끓여 봤으나 잔칫집에서 먹었던 수정과 맛이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비슷하지만 전혀 맛이 다른 수정과에 곶감국, 여러분들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지금 정부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는 부동산 시장 완화 정책 중 분양가 상한제 폐지, 지방 미분양 해소,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감면이나 폐지, 신규아파트 입주에 따른 대출혜택 등 조건은  주로 건설회사만을 도와주는 혜택이 아닐는지요? 또 재탕, 삼탕 써 먹었던 완화책일 것이고요. 자칫 수정과가 아닌 곶감국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자꾸 일반 서민들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정책을 내놓게 되면 시장만 혼란스러워질 수 있겠지요. 곶감국은 곶감에 물을 붓고 끓이는 것이고, 수정과는 생강을 달인 물에 꿀을 타고 곶감과 계피가루를 넣어 만드는 음식이지요. 수정과인양 곶감국을 내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수정과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해제라고 봅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 시행되고 있는 이 두 가지 대책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일만이 목마른 부동산 시장의 목을 축이는 수정과가 되겠지요.

이 대출규제의 폐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 반이 엇갈리고 있기에 필자로서도 왈가왈부하기는 싫습니다. 그러나 혹자들 주장처럼 이 제도의 폐지로 인하여 집값이 오르거나 개인부채가 늘어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서울이나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입주물량이 많고, 다주택자 매도 물량과 갈아타기 물량이 많아 값이 오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또 개인부채 문제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두바이 사태, 남유럽 사태 등 많은 학습효과를 거쳤기에 부동산 투자로 인해 빚더미에 오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고, 매매가 활성화되면 묶여있던 개인부채는 오히려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